≪떠오르는 숨≫ 협업자 소개 2. 표지 사진 최혜영
≪떠오르는 숨≫ 작업을 하며 최혜영 작가의 사진을 표지로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최혜영 작가는 제주의 평화활동가이자 연구자, 예술가입니다. 제주해군기지 저항 운동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고, 2014년부터 강정 연산호 조사를 위해 스쿠버 다이빙을 배워 수중 사진 및 영상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물을 모아 사진집 ‘코랄 블루’(2021)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최혜영 작가의 제주 바다 기록 계정(@jejucoral_/)을 보며 제가 전혀 알지 못했던 바다의 모습을 많이 만났습니다. ≪떠오르는 숨≫ 작업 초기에는 이 책을 편의상 ‘익사하지 않은’ 또는 ‘익사하지 않는’이라 불렀습니다. 원제 Undrowned를 직역한 것에 가깝습니다. 익사하지 않은 존재들이 숨 쉬고 있는 캄캄한 바다를 상상했습니다. 최혜영 작가가 촬영한 산호가 생각났습니다. 우주 같기도 했습니다. 산호의 이미지가 생경하고 어딘가 아름다워 보인다는 점에서요. 바닷속을 떠다니는 부유물이 별처럼 찍혀있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이 산호 사진을 표지로 쓰려고 했습니다.
작업 후반부쯤에는 이 책의 제목을 ‘고래 되기 연습’으로 정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진이 생각났습니다. 물속을 날아다니는 것 같은 사람의 모습이었습니다. 고래처럼요. 그러다 출간 직전, 저자와 다시 책 제목을 의논했습니다. 저자와 저는 우리의 호흡에 조금 더 집중하는 제목이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렇게 이 책의 제목은 ≪떠오르는 숨≫이 되었습니다.
≪떠오르는 숨≫으로 정하고 나니 어쩐지 지금 표지 사진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숨쉬기를 연습하는 사람의 모습 같았고, 책 본문에 나오는 다음 구절들과 곧장 연결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숨 쉴 수 없는 상황에서 숨쉬기란 인종, 젠더, 장애에 따른 차별로 점철된 자본주의가 목을 조르는 상황 속에서 우리가 매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익사하지 않고 있어요. 여기서 ‘우리’는 중간항로에서 살아남은 선조를 가진 나 같은 사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호흡은 적어도 지구적 규모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16쪽)
“아직 숨 쉬고 있나요? 이 책은 우리의 진화를 위한 제안입니다. 노예제, 포획, 분리, 지배의 전철을 밟으며 숨 쉴 수 없는 대기를 계속 만들어 가는 대신, 다른 호흡법을 연습하기 위한 가능성으로 나아가자는 제안이기도 하고요.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지만 나는 우리의 해양 포유류 친족이 익사하지 않기에 일가견이 있다는 걸 압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선생님, 멘토, 안내자라 부릅니다. 그리고 나는 당신을 숨 쉬는 친족 영혼이라 부르지요. 부디 우리가 진화해 나가기를.” (16~17쪽)
숨쉬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는 우리, 다른 존재들과 함께 숨 쉬고, 곁을 내어주고, 만나기 위해 애쓰는 우리를 드러낼 수 있는 사진이라 생각했습니다. 표지 사진으로 함께 해준 최혜영 작가, 표지 사진 속 인물이자 사진 사용을 흔쾌히 허락해 준 황예지 작가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