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숨≫ 협업자 소개 1. 편집자 김깃

1인 출판사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부의 여러 작업자와 협업하게 됩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덕분에 ≪떠오르는 숨≫이 더 좋은 형태로 독자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의 편집자인 김깃 님입니다. 제가 옮긴 문장이 어떻게 읽힐지 살뜰히 살펴주셨고, 김깃 님이 워드 파일 메모에 남겨 놓은 어떤 수정 제안을 보고는 엄청난 희열(?)에 무릎을 치기도 했습니다. 편집 후기를 부탁드렸는데 후기까지 흔쾌히 써주셨어요. 이 후기가 적힌 첨부파일을 처음 읽고 신나서 와다다 답장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김깃 님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어 기뻤습니다.

편집자 김깃

각종 글(12p 팸플릿, 만화, 잡지, 1500자 자기소개서, 보도자료, 수상 소감, 일기 등등)을 반질반질하게 만져서 누구에게나 잘 읽히게 ‘바로잡는’ 것이 내 업이다.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은 사실 맞춤법 파괴다. 나를 너그럽게 용인해주는 사람들과 문자메시지로 대화할 때면 자유를 얻은 양 마구, 모든 것을 틀려버린다. 나는 마음대로 쓸 테니 이해는 당신들이 해라, 나는 돈을 받을 때만, 내 노동 시간 속에서만 정확한 맞춤법으로 쓰겠다, 이런 고약한 심보다. 

물론 아무 일도 아니다. 나 혼자 멋대로 구는 것이 별일일 리가. 하지만 잠시라도 ‘일이란 것’과 ‘임금의 규칙’에서 멀어지기 위해, 최소한의 자유를 확보하고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혼자 부리는 술책이란 걸 감안하면, 나에게만은 꽤나 별일이다. 

이 이야길 굳이 하는 이유는, 『떠오르는 숨』의 저자 알렉시스 폴린 검스도 해양포유류의 학명이나 널리 알려진 이름을 일부러 틀리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원고를 작업하면서 해양포유류의 이름 대부분이 그 생물을 처음 발견하고 사냥한 자의 이름에서 유래했음을 처음 알았다. 예를 들면 이런 이름들이다. ‘스텔러바다소(Steller’s seacow)’ ‘브라이드고래(Bryde’s whale)’. 우린 이미 비슷한 이야기들을 알고 있다. 그 땅에 선주민들이 살고 있었지만 ‘최초 발견자’ 아메리고 베스푸치(Amerigo Vespucci)의 이름을 따서 ‘아메리카(America)’라고 불렀다는 이야기, 역시 ‘최초 발견자’인 인간 남성 해부학자의 이름을 따서 인간 여성의 질구 분비샘을 ‘바르톨린샘(Bartolin’s gland)’이라 부르게 됐다는 이야기 같은 것 말이다. 

무엇을 보고 발견하고 생각하건 간에 그 주체는 공공연히 ‘백인 남성’인 이 세계에서 고유한 ‘흑인성(Blackness)’을 노래하는 검스는 고래의 이름을 새롭게 쓴다. ‘아르누고래(Arnoux’s beaked whale)’는 ‘남방이빨네개고래(the Southern four-toothed whale)’로, ‘펄돌고래(Peale’s dolphin)’는 ‘검은턱돌고래(Black chinned dolphin)’로, 각 생물의 고유한 특징을 살려서 새 이름에 각인해버렸다. 이런 이름들은 당연히 ‘정식 명칭’이 아닌 ‘틀린 이름’이기에 인터넷 검색에 걸리지 않고 ChatGPT도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알렉시스는 그렇게 썼다. 그렇게 해야 하니까. 그래야 자유로워지니까. 이 세계에서 통용되는 온갖 이름과 문법들이 자신의 경험과 매번 어긋난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면, 그래서 한껏 틀려보고 싶은 마음을 가져본 적 있다면, 검스의 ‘틀려버린 명명’에서 헐거운 우정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이 원고에서 만진 문장들은 이미 규범에서 벗어나버린 그의 문장들로, 작업 내내 아름다운 고래들로 가득 찬 한 편의 서사시를 읽고 있다는 기쁨이 있었다. 그의 자유로운 ‘틀림’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나의 ‘바로잡음’이 성실히 기여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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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숨≫ 협업자 소개 2. 표지 사진 최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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