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숨≫ 출간파티 축하 편지: 타리

2024년 7월 25일 목요일

≪떠오르는 숨≫ 출간 파티에서 타리 낭독


안녕하세요. 저는 산리 님의 활동 일터 동료로 만나서 알게된 타리입니다. 산리 님이 출판사를 하기 전 마지막 일터였던 셰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산리 님은 셰어의 첫 번째 공채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최초의 풀타임 상근자이기도 했습니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선거 회계를 비롯해서 별의별 활동을 다 해본 사람답게 회계, 디자인, 온갖 기획, 조직운영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풀타임으로 일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자신의 생존을 위해 투자하고 돌보는 또 다른 영역이 있었습니다. 주로 그런 일들은 밤에 일어났습니다. 어두운 밤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제가 다 알지는 못했지만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음악을 듣거나 춤을 추거나 취하거나 토하거나 슬프거나 돌보거나 웃거나 하는 시간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느낄 수 있습니다. 

<떠오르는 숨>을 보면서 참 박산리답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무엇을 준비하고 하고 싶었는지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 접촉면에서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퀴어들의 외침’이라는 진을 번역 출간하면서 집회와 행사에서 만나고 이야기도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요. 최근의 만남을 통해 산리님을 이전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호흡의 동료, 슬픔의 동료로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이건 분명 이 책을 통해 연결되는 느낌인 것 같아요. 

호흡은 물 속에서, 물 밖에서 전혀 다른 체험을 줍니다. 물 밖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사태나 자세를 유지해야 할때 당장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호흡입니다. 물 안에서는 호흡할 수 있는가 자체가 생사의 갈림길이 되기도 합니다.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는 체험은 강정천에서였는데요. 딱 2년 전 지금입니다. 그날 이 책의 표지 사진을 찍은 혜영과 해군기지반대 인간띠 잇기를 하러 가기 전에 강정천에 들러서 은어를 보고, 더위를 식히기로 했어요. 저는 아직 수영이 미숙해서 구명조끼를 입는 편인데 그때는 지나가는 길이라 없었습니다. 강정천은 바다와 달리 부력도 다르고, 가끔 바위 사이로 갑자기 깊어지는 곳이 있는데 바닥에 발이 닿지 않자 패닉에 빠졌어요. 숨을 쉴 수 없었고, 허우적거릴수록 물에서 벗어날 것 같은데 더 빠져드는 어리석은 상태였어요. 혜영씨가 급히 다가와서 저를 구하려고 했지만 저는 혜영씨의 어깨를 누르고 물 밖으로 벗어나려는 진짜 어리석은 행태를 보이면서 둘 다 나아가지 못하는 상태를 만들었죠. 다행히도 누르지 말라는 혜영씨의 목소리를 들었어요. 그리고 나서 몸에 힘을 빼보려고 노력했고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책을 통해서 이런 기억을 소환하고 호흡의 느낌을 떠올리면서 어떤 생각이나 감정에 머무르게 됩니다. 이것이 저의 명상이지 않을까 하고 있어요. 

요즘은 내가 원하지 않았던, 바라지 않았던, 예상치 않았던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 때 느끼는 슬픔과 위험의 감정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를 그리로 이끌었던 사람들은 나를 위험에 빠뜨리고 부담을 주었지만 나와 함께 하고 싶어 했어요. 함께 하고 싶어서 위험에 처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나는 고래와 함께 하기 위해서 어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가, 나는 누군가와 함께하기 위해서 무엇을 포기하고 감수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내내 제가 하는 생각입니다. 지금 이 책을 만난 것이 저에게는 생존수영을 배운 것과 같습니다. 

“나 자신을 개방하고 그들과 동일시하는 일입니다. 숙련된 해양 포유류와의 관계, 가능성, 실천에서 영감을 받아 나의 관계, 가능성, 실천을 다시 생각하고 다시 느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는 거죠.”(24)

“듣기는 단순히 일반적인 듣기 능력을 말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중하는 혁명적인 자원을 가리킵니다.”(32)

“여기 내가 기꺼이 포기할 수 있는, 우리의 진화를 위한 제물이 있습니다. 몇 가지를 소개해 볼게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예리함, 일부러 내 입에 가득 채운 무기들, 당신이 온전한 나를 필요로 할 때 극히 일부만을 보여 주던 방식, 내 이름 안에서 살게 했던 거짓말, 내 호흡에 대한 평가 절하.”(48)

“누구와 함께하고 있는지 알면 그들의 현재 위치와 그들이 어디로 가고 싶어 하는지를 알 수 있다.”(79)

“우리가 누구인지 인식되는 일보다 함께 지내고, 함께 먹이고, 우리의 위치를 알고, 함께 나아가는 게 더 중요할지도 모릅니다.”(80)

“나는 우리가 서로를 존중하는 방법, 더 깊이 들어가는 방법, 교대하는 방법, 보살피는 방법, 영양을 주는 빛을 찾고 또 찾는 방법을 배우고 또 반복해서 배우는 돌봄의 단위, 즉 (돌고래) 학교의 실천을 ‘가족’의 이미지와 교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84) 

“수많은 ‘예(yes)’의 세계를 삼키겠습니다. 그러려고 합니다. 신뢰와 변화 속에서 입을 활짝 벌리겠습니다. 복잡한 일이죠. 어떻게 복잡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내가 당신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당신이 나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우리가 어떤 관계인지 묻습니다.”(118)

마지막으로 산리 님은 김보영 님으로 작년 셰어 토크 행사에 왔을 때 ***을 하다가도 상대적으로 소외된 누군가가 눈에 들어오면 맘이 쓰여서 집중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저는 이 말이 산리 님을 보여주는 어떤 상징적인 말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슬프고 아름다운 사람의 형상이죠. 산리 님이 느끼는 바가 깊은 곳에서 해방과 정의에 연결되어 있다고 느낍니다. 앞으로도 깊이 잠영하고 적절하게 떠오르면서 세계와의 접촉면을 계속 만들어 나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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