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있는 시간과 꿈꾸는 시간 사이에≫ 편집자의 말

📚 편집자의 말

팔레스타인에 관한 책을 만들고 공부하고 연대활동을 하면서 늘 '잘 모른다'라는 위치에 놓여 있었습니다. 실제로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잘 모르니 알고 싶다'의 상태에 있는 것이 팔레스타인에 응답하는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알고 싶은 마음으로 하나씩 읽고, 보고, 듣고, 만나며 응답하려 노력하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의 방향이었습니다.

팔레스타인에 관심을 갖게 된 2023년 이후, 제가 본 팔레스타인 사람들, 팔레스타인에 관한 이야기는 고통으로 가득했습니다. 당연합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집단학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죽음과 부상, 기아, 그런 단어를 지나야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단어들에 얽힌 이야기 없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이 팔레스타인의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살아남고 살아내어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들 또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니 이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듣고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가 우리에게 맡겨진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응답하고 싶은 이야기는 팔레스타인에서 자란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팔레스타인의 여자아이는 어떻게 자라는지 궁금했습니다. 나랑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 여자아이가 자라서 지금은 무엇을 주장하고 있는지 읽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선택한 책이 『깨어 있는 시간과 꿈꾸는 시간 사이에』는 입니다.

헤바 하이에크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이 책은 그곳에서 성장하는 여자아이들의 삶이 담긴 이야기입니다. 폭탄이 투하되면 책상 아래로 숨어 친구랑 몸 어디에 새로 털이 났는지 비밀스럽게 공유합니다. 폭격 때문에 때때로 희뿌연 먼지와 연기로 뒤덮이는 거리에서 이 여자아이는 남자아이들에게 러브레터를 받기도 합니다. 다른 여성들과 함께 제모를 하며 매끈해진 다리에 만족합니다. 살 빠지는 약을 먹다 장에 탈이 납니다. 사랑한다는 고백에 숯보다 더 빠르게 얼굴이 달아오릅니다. 저는 이런 모습, 뉴스에 나오지 않는 팔레스타인을 알고 싶었습니다.

2023년 이전에 쓰인 책이기에 그해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 이후에 썼다면 아마 많은 고통이 더해졌을 것입니다. 2021년에 나온 이 책을 한국어로 옮기고 출간하게 된 건 학살로 인한 죽음이 없다면 그 자리에 삶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였습니다.

팔레스타인 땅에서 자라는 여자아이들이 지금은 무슨 이야기를 전하고 싶을까요. 무엇을 쓰게 될까요. 우리는 무엇을 듣게 될까요, 들어야 할까요.

저자는 이 책에 담긴 이야기가 가자에서 자란 여성들의 수백만 가지 기억 중 하나일 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제 하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팔레스타인 여자아이의 이야기가 하나, 둘 더해져 아주 큰 소리로 들리게 되면 좋겠습니다.

팔레스타인에 해방을,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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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빙≫ 옮긴이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