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이 만든 ‘숨막히는’ 현실, "당신을 사랑합니다"의 혁명적 의미(최이슬기)
한겨레21 ’번역가의 책장‘에 <떠오르는 숨>이 소개되었습니다. 번역가 최이슬기 님이 <떠오르는 숨>을 읽고 써주셨어요. ”나는 명상이 싫었다. 어머니 지구, 영성, 치유, 비폭력 대화가 싫었던 것과 동일한 이유다“라는 첫 문장부터 즐거웠습니다. 페미니스트 혹은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적극적으로 의식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명상‘이나 작가가 반복해서 말하는 ’사랑합니다‘ 같은 문장은 회피나 무딘 도구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 책이 명상에 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면 그것은 저자가 명상이라고 말하는 문장들이 세계에 대한 정밀한 이해, 흑인 페미니스트 선조들과 연결되기 위해 치러야 할 투쟁 위에서 출발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부분을 세심하게 살펴주셔서 좋았습니다. 아래는 서평의 일부입니다. 전문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익사하지 않기’가 현재진행형인 이유는 “인종, 젠더, 장애에 따른 차별로 점철된 자본주의가 목을 조르는 상황 속에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포유류가 살아남기 위해 계속해서 ‘인간’의 경계와 공감을 확장하며 때로는 취약해지고 때로는 적응하고 협력하며 싸우고 휴식하는 법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알렉시스는 인간 포유류가 ‘학교’를 꾸리는 줄박이돌고래, 반점을 숨겨버린 대서양 점박이돌고래, 한 달 동안 껴안고 피부를 벗기는 남방코끼리물범 등 해양 포유류 친족으로부터 그 방법을 배울 수 있음을 안내한다. 또한 서로의 아이를 키우는 ‘혁명적 보살핌’을 나누는 유색인종 페미니스트나 지속적으로 변신하며 체제를 교란하는 퀴어의 경험이 이들과 얼마나 닮아있는지를 상기시키며 ‘우리’는 다시 연결된다.
페미니즘은 ‘우리’와 ‘그들’을 구분해서 호명할 때 언제나 차별과 배제를 생각하라 요청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독자를 거침없이 당신이라 부르다가, 어느새 당신은 고리무늬물범에서 검은턱고래로 변신하고, 또 우리의 숨쉬기를 위협하는 체제의 일부가 되어 돌아온다. 방심한 독자를 밀어내고 포섭하며 끝없이 이동하는 인칭대명사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도 ‘해양 포유류 수습생’이 되는 첫 호흡을 하게 된다.“
전문 읽기 https://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56456.html
+ 갑자기 최이슬기 님이 옮긴 책 <암캐>와 <고어 자본주의>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필라르 킨타나의 <암캐>는 최근에 읽었는데요, 일하다 잠깐 쉬는 시간에 책상 위에 있던 <암캐>를 펼쳤다가 멈추지 못하고 다 읽었습니다. 역자 후기도 무척 좋아 귀퉁이를 접어두었습니다. "한국말로는 개가 암컷이라도 매번 성별을 밝혀 '암캐'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빼라'는 대부분 그저 '개'로 옮길 수밖에 없었지만, 동시에 여성에게 쓰는 욕이기도 하므로 제목에서는 남겨두어야만 했다. 아마도 이 제목을 듣고 그 생각을 하지 않기는 어려울 것이다. 섹스를 파는 여자, 감히 원하는 여자, 자식을 돌보지 않는 여자, 나돌아다니는 여자. 여러 남자와 관계를 맺고 난잡하고, 그리하여 나쁜 여자. 그러니까, 여자." (1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