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 아카이브 봉산@은평구 제작
저는 은평구 봉산 아래에 살고 있어요. 일상 생활이 가장 어렵던 때, 가장 자주 갔던 곳이 봉산이에요. 봉산을 좋아하게 되고 봉산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이 산이 많은 일을 겪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구청에서 하는 편백숲, 무장애숲길 조성 공사 과정에서 이미 수많은 생명이 죽거나 다친 상태였어요. 산을 자주 오가면서도 잘 몰랐습니다. 이 공사의 문제를 지적해 온 주민 동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며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뭐라도 하고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선 이 산에서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는 일에 관한 정보를 모으는 웹페이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카이브 웹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봉산@은평구 페이지입니다. 감사하게도 여성환경연대의 지원을 받아 웹페이지 제작, 집담회 개최, 영상 기록 및 편집 등을 할 수 있었어요.
이제 페이지를 열었으니 꾸준히 지켜보고 기록해야겠지요. 지켜보는 사람이 하나 더 있는 게 무슨 도움이 될까 싶다가도 안 하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나 하는 마음으로 계속 이어가 봅니다. 많이 찾아와 주세요. 무엇을 더 기록하면 좋겠는지 의견 주셔도 좋습니다. 주소는 bongsan-archive.kr입니다. 프로필 링크를 통해 바로 접속할 수 있습니다.
이 웹페이지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 은평구 주민, 활동가, 동료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언제나 길을 알려준 봉산생태조사단 @birds_bongsan 에게 연대와 지지의 마음을 전해요. 고맙습니다.
아래는 봉산@은평구에 쓴 페이지 소개글의 일부입니다.
서울시 은평구 봉산이다. 정상에 봉수대가 있어 봉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봉산은 은평구를 남북으로 길게 가로지르는데 봉산의 서쪽은 고양시, 동쪽은 서울시 은평구이다. 봉산에 오르는 길은 은평구 곳곳에 있는데 나는 그중 한곳 옆에 살고 있다. 2020년에 봉산 근처로 이사를 와 이 페이지를 만든 2024년에도 살고 있다. 전세사기에 엮여 당장 이사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나는 하필 이 동네에 발이 묶여 다행이라고 생각할만큼 이 동네를 좋아한다. 날씨가 좋거나, 마음이 괴롭거나, 산을 오르는 방식으로 몸을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봉산에 올랐다. 필요할 때 산을 사용할 줄은 알았으나 산을 들여다보거나 산과 산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이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는 몰랐고, 지금도 깊이 알지 못한다. 그러다 은평구에서 활동하는 봉산생태조사단을 만났고, 봉산생태조사단이 기록하는 봉산의 새와 나무를 보며 산과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마음이랄지, 행동이랄지 그런 것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은평구가 봉산의 숲을 파괴하면서 벌이는 사업들을 알게 되었고, 이를 막기 위해 활동해 온 사람들도 만났다. 봉산에서 진행되고 있는 폭력적인 개발 사업은 크게 두 가지이다. 1) 편백숲 조성, 2) 무장애숲길 조성. 당장 그것이 왜 문제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말이다. 나는 무장애숲길 공사를 통해 깔린 데크길을 신나게 달리며 산에서 편하게 달릴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신났던 적도 있다. 또 휠체어, 유아차 등 모두가 산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무장애숲길이 대체 왜 나쁘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다. 나는 그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기 위해 이 페이지를 만든 것이기도 하다.
산은 늘 그 자리에 있고 인간은 오고 간다. 정지된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산과 움직이는 인간. 언제나 움직이는 쪽이 정지된 것을 이용한다는 감각을 준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종종 ‘산은 오르라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정말 그러한가? 인간은 모든 산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가? 들어가는 것도 모자라 그곳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가? 그렇게 믿은 인간은 인간이 사용하기에 편리한 형태로 산을 뒤엎고 깎고 죽인다. 작은 불편함도 견디지 못하여 불편한 존재를 제거하고 치우는 것이 인간이 발명한 개발이다.
봉산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이해해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정보를 모았다. 이곳에 있는 자료와 생각의 많은 부분은 ‘봉산생태조사단’의 활동에 기대고 있다. 이들의 활동이 없었다면 봉산 아카이브 페이지는 만들어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페이지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산과 함께 산다는 게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겠다. 무슨 생각이든 좋다.